개척교회 단상 2 11-1-2005
윤 동 주
여름에 교회를 시작하고 첫번째 가을 수양회를 뉴햄프셔 윈저힐로 다녀왔다. 제목도 그럴듯하게 “단풍속에서 만나는 하나님”으로 붙이었다. 가을 분위기를 좀 더 느껴 보고자 첫날 저녁에 윤동주 가을시 감상회를 열었다. 학생때에 또 그 이후 내가 많이 아플 때에 좋아했던 이 시인을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.
“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…”
윤동주의 ‘별헤는 밤’의 첫 줄이 고요한 가을산속 통나무 집안의 우리에게 가슴으로 다가왔다. 고향 북간도를 떠나 낯선 타향에서 공부하며 지내던 젊은 시인은 1941년 11월 5일의 가을밤에 이 아름다운 시를 지었다.
"…별하나에 추억과,
별하나에 사랑과,
별하나에 쓸쓸함과,
별하나에 동경과,
별하나에 시와,
별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…
어머님, 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…"
윤동주의 이 애틋한 가을 정서는 다른 시 ‘소년’에서도 느껴지었다.
“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가을이 뚝뚝 떨어진다……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.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씃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.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.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, 맑은 강물이 흐르고,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얼골—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… ”
쓸쓸함과 연민 그것이 그의 가을을 향한 아니 어쩌면 그의 삶과 시대를 향한 정서였다. 그의 삶과 그의 시대는 슬펐기에 그의 가을, 그의 별 그리고 그의 단풍도 역시 슬펐다. 교우 한 분의 느낌을 이해 할 수 있었다. “참 아름다운 시들이지만 계속 거기에 잠겨 있으면 우울증에 빠질 수 도 있을 것 같네요.” 여러 시들을 서로 돌아가며 낭송하고 또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벽난로 앞의 밤은 윤동주와 함께 그렇게 깊어갔다.
예수께서 삶에 그리고 시대에 지쳐있던 가난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들에 핀 꽃들을 가리키시며 하나님께서 돌보시며 입히시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보게 하셨다. “솔로몬왕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.” 그리고는 계속해서 저들을 바라보시며 하나님께서는 너무도 아름다운 그 꽃들보다 저희를 더 소중히 여기시며 돌보신다고 알려주셨다. 들에 핀 꽃이 세상의 어떤 인위적인 것보다 아름답지만 하나님이 돌보시며 입히시는 사람의 소중함에는 사람의 아름다움에는 비길 수가 없음을 일러 주셨다. 비가와서 더욱 깨끗한 단풍으로 둘러쌓인 통나무집 주일 예배에서 이 말씀을 나누었다. “단풍보다 여러분이 더 고우십니다.”
안치환의 절규하듯 지르는 노래 말 “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,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”가 맞다.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고, 단풍보다 내가 더 곱다. 그리고 나에게 함께 하라고 하신 이 적은 수의 교회를 이루어 나가는 분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.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이를 돌보시는 하나님을 보았고, 단풍을 보며 그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보았고, 단풍을 보며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보았다.
맑게 개인 주일 오후 돌아오는 길, 전날 빗속에 잘 안보이던 단풍들이 새롭게 보이며 나에게 아우성하고 있었다. “당신이 더 고우시다니까요!” 그것은 더이상 “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지”는 것이 아니었다. 졸음을 겨우 이기고 교회에 도착하니 다른 차에 타고 오는 교우 한 분이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을 알고 기뻤다. 단풍을 잘 구경하면서 가자라는 말에 “내가 단풍보다 더 예쁜데 무얼 더 봐” 라고 했단다.
“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.” 그리고 그 가을에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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